질 들뢰즈 철학의 사상 Step1

2023. 7. 21. 21:16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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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lles Deleuze 1925~1995

질 드뢰즈는 1925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제2차 세계 대전의 포화를 피해 남프랑스로 피난을 간 동안 자신을 철학으로 이끈 스승을 만났으며, 결핵 수술 후 소르본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당시의 파리 지식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1962년 "니체의 철학"을 출판함으로써 프랑스 현대 철학의 새 장을 열었으며, 68혁명 이후 인생의 동지 펠릭스 과타리와 만나 공동 작업을 통해 "안티 오이디푸스"와 "천 개의 고원" 그리고 "철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결과물을 남긴다.

평생의 질병인 폐결핵 및 천식과 맞서면서도 심한 음주와 흡연을 멈추지 못하던 그는, 1995년 인공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던 몇 년의 무력한 삶을 끝장내고자, 가족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자신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능동적으로 생을 마감했다.

 

들뢰즈는 현대 철학의 아리스토텔레스이다.

다시 말해, 들뢰즈는 자신에게 유입된 이전 시대의 모든 철학적 / 사상적 주제를 종합하여 독자적인 체계를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선배는 니체이다.

들뢰즈는 니체의 가장 난해하고 비밀스러운 사상인 '영원 회귀'를 자신의 언어로 번역하여 '차이와 반복'이라는 개념으로 제시한다.

'차이'란 생성의 본질이며 '반복'이란 생성의 순간의 되풀이이다.

그리하여 '영원 회귀' 사상은 '차이 생성의 되풀이'로서의 존재론으로 다시 서술되며, 이러한 존재론은 윤리학, 정치학, 미학으로 확장된다.

들뢰즈의 철학이 존재론을 출발점으로 삼는 까닭은, 모든 실천은 존재의 운행을 위배하면서 도모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들뢰즈의 실천 강령은 무엇인가? 자신의 힘의 끝까지 펼침으로써 그 어떤 회한도 남기지 않을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것이 그 하나이며, 신경 체계에 직접 작용할 수 있는 감각을 창작하라는 것이 다른 하나이다.

이런 행위의 우연한 결과들의 종합이 세계를 바꿀 유일한 틈새이다.

 

사후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들뢰즈의 철학 사상은 여전히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자들 사이에서도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필자가 들뢰즈 국제 학회에서 절실히 체험한 사실이다.

들뢰즈는 이해를 위한 노력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한 노력이 당분간 더 필요한 철학자이다.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사실인데, 한국에서 들뢰즈를 이해하기 위한 과정에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동안의 한국의 들뢰즈 수용사에서 들뢰즈의 철학에 접근하는 데 있어 오히려 해로움을 끼친 소개자들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들뢰즈 관련 서적을 고를 때에는 더욱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특히 처음입문하는 경우라면, 어려운 감이 있더라도 어떤 점에서 들뢰즈의 철학이 독자성을 지닐 수 있는지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 점을 간과할 경우, 한 철학자의 고유함이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 속으로 융해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소개들은 들뢰즈의 철학을 본래의 맥락에서 완전히 떼어 내서,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보수적이거나 이상주의적인 방향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들뢰즈를 배반한다.

단언컨대 이들의 소개를 한 글자 한 글자 짚어 가면서 검토해 보면 문제점이 명백히 밝혀지게 될 것이다.

들뢰즈 철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실 원전을 직접 읽는 것이 왕도이나 언어의 장벽, 서술의 불친절함, 번역의 부실함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입문을 위해 가장 적합한 책은, 이정우가 변역에 참여한 우노 구니이치의 "들뢰즈, 유동의 철학"이 아닐까 한다.

우노는 들뢰즈 밑에서 아르토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들뢰즈의 "푸코", "주름", "안티 오이디푸스", "천 개의 고원"을 일본어로 번역했다.

우노의 이 책은 들뢰즈 사상의 개요를 일본인 특유의 교과서적인 방식으로 정리했으며, 교과서가 지닌 한계보다는 장점을 잘 보여 준다.

요컨대 입문자에게 필요한 사상의 얼개를 잘 정리하고 있다. 그는 들뢰즈 철학의 단계를 "차이와 반복"의 전후, "안티 오이디푸스" 및 "천 개의 고원", 나이가 이미지 철학으로 구분하면서 정리하는데, 이 구분은 들뢰즈 연구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를 대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너무나도 도식적인 뒷맛을 남긴다는 아쉬움이 있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을 때, 여행 안내소에서 구할 수 있는 정도로 여기면 좋겠다.

입문자에게 권할 수 있는 가낭 무난한 원전으로 "디알로그"(1977)를 꼽고 싶다.

이 책은 들뢰즈가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클레르 파르네와 행한 대담인데, 여기서 들뢰즈는 자신의 사상을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용어로 풀이하고 있따.

"카프카"(1975)를 제외하고는, "안티 오이디푸스"(1972)와 "천 개의 고원"(1980)사이에 출간한 유일한 저작임을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이 지닌 독특한 위치를 가늠할 수 있을리라. 

게다가 들뢰즈가 이렇게 친절하고도 쉽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저술은 극히 드물다.

1988년 들뢰즈는 파르네와 나눈 대담을 녹화하는데, 이는 들뢰즈 사후인 1996년 '들뢰즈 ABC(L'Abecedaire de Gilles Deleuze')라는 제목으로 ATRE 텔레비전을 통해 방송되었으며, 지금은 인터넷을 통해 영어 대본을 구할 수도 있다.

들뢰즈의 흔치 않은 대담들은 난해하기로 유명한 들뢰즈 철학의 입문으로 삼기에 유용한 도구이다.

들뢰즈의 가장 중요한 저술은 "차이와 반복"도 "의미의 논란"도 아닌, "니체의 철학"이다.

유독 한국에서 의의가 과장된 책이 "차이와 반복"과 "의미의 논란"인데, 이 책들이야말로 초반부터 독자의 기를 꺾는다는 점에서 가장 나중으로 미루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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